[국내 힙합 리뷰] 나찰 & 아이삭 스쿼브 (Golden Boy Training Academy) - The Training Day Vol. 1
Album Review/리드머 2009/07/03 13:32나찰 & 아이삭 스쿼브 (Golden Boy Training Academy)
- The Training Day Vol. 1
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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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0
나찰과 아이삭 스쿼브, 정말 오래되고 익숙한 이름들이다. 이른바 말하는 국내 언더그라운드 힙합의 1세대라 불리는 이 둘은 과거 클럽 마스터 플랜(Master Plan)에서의 공연 활동을 포함해 국내 힙합씬의 태동기 때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씬에서 활동해 온 대표적인 래퍼들이지만, 그 오랜 활동 기간에 비해서는 그다지 많은 작업물을 발표해오지 않았던 인물들이기도 하다. 여러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는 둘인데, 막상 이렇게 둘이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해 앨범이 나온 걸 보니, 보도 자료에서 쓰인 그대로 ‘예상치 못한 색다른 조합’으로 흥미롭게 다가온다.
앨범은 근래 힙합의 트렌드에서 벗어나, 90년대 황금기의 힙합을 재현한다는 컨셉을 바탕으로 충실하게 짜여 있다. 훅에 보컬이 등장하는 곡은 단 하나 ("Junk Food") 뿐이고, 훅 자체가 없이 빽빽한 벌스로만 채워진 경우도 있다. 복잡한 구성을 취하며 다양한 선율적인 요소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근래의 상당수 타 앨범들에 비해, 쉼 없이 쏟아지는 랩의 묘미를 한껏 만끽해 볼 수 있다. 물론, 그 이면에는 템포가 느린 비트들이 상당수고, 후렴 보컬의 유무를 떠나 후렴구를 대동하는 트랙이 많지 않다 보니, 가볍게 듣고 편하게 즐기기에는 썩 적합하지 않거나 지루하게 다가올 여지가 있기도 하다. 결국, 앨범 내에서 보컬이 주는 재미는 랩 벌스에서 찾아야 하는데, 무엇보다 아이삭 스쿼브의 선전이 인상 깊다. 그동안 나찰이 소속된 가리온이 랩에 관한 여러 가지를 논할 때 빠짐없이 등장해왔고, 그에 대한 조명을 받아왔던 것에 비해서, 아이삭 스쿼브는 그만한 주목을 끌거나 회자되지 못해왔던 것이 사실이다. 더구나 아이삭은 오버그라운드로 외도(?)를 하며, 힙합 씬과 점점 멀어지는 듯 싶었다. 그러나 이번 앨범에서 그는 강렬한 벌스를 여럿 선사하며, 오랫동안 씬에서 살아남아 활동해 온 스스로 존재감을 유감없이 뽐내고 있다. 앨범의 타이틀 곡인 "Heavy Talker (Back 2 Town)"과 같은 트랙을 통해 곡을 통째로 끌고나가는 그의 힘이 느껴지기도 한다.
앨범의 전체 프로듀싱을 맡은 비다 로카(Vida Loca)는 이 앨범에서 아이삭 스쿼브의 랩과 함께 가장 큰 발견으로 꼽아 볼 수 있다. 비록, 킬러 트랙이 될 만큼 크게 돋보이는 비트는 없지만, 신예 프로듀서로서 기획 방향에 적합한 색채를 가진 무난하고 균등한 완성도의 비트들로 앨범을 가득 채워냈단 점은 놀랄만하다. 선명하고 역동적인 베이스 부를 구성하는 능력도 변함없이 드러나고 있다. 키비의 최근 앨범에서 인상적인 트랙을 선보였고, [246] 앨범 등 이전에도 몇 차례 작업물을 발표했던 그이지만, 통째로 앨범을 맡았던 이번 작업이 프로듀서로서 그를 크게 성장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싶다.
90년대 힙합다운 매력을 갖추고 있으면서도, 당시의 속칭 ‘먹통 힙합’ 스타일에 비해서는 한층 유려하게 편곡된 비트들로 인해 이 앨범은 과거 당시의 앨범들이나 근래 발매되는 타 힙합 앨범들과도 어느 정도 차별화를 이루고 있다. 전체적인 구성의 단조로움에 약간의 아쉬움이 남기도 하지만, 한국힙합 1세대로서 본인들의 이름에 부끄럽지 않은 수작이라 칭할 만하다. '볼륨 1(Vol. 1)'이라는 타이틀이 붙어있는 만큼, 같은 기획 방향으로 계속해서 앨범이 나올 가능성도 보이는데, 이어져 나올 결과물에 대해서도 기대를 걸어본다.
written by 이병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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